30년 전 AIRWOLF를 다시 불러 보았다.

1986년 10월 컴퓨터 학습에 EDDY2란 MSX용 그래픽 툴이 소개 되었다.

IMG_6422(일본의 MSX Magazine 기사를 이리저리 번역해 살을 덧붙여 실은 기사였다)

모눈종이에 그림 그리고, 그걸 전부 좌표 계산해서 LINE CIRCLE등의 명령을 이용해서 MSX-BASIC으로 코딩해 그림을 그렸던 당시, EDDY2란 프로그램은 신이 내린 선물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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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BASIC으로 그렸던 K.I.T.T.들, 내부에 1986년이라 써있다. 측면샷은 1985년에 작업한 것)

소개글 말미엔 TAPE로 3000원에 판매를 한다고 했다. 몹시나 갖고 싶었지만 어린 학생의 신분으로 학교를 빼먹고 갈 수는 없었다. 우편주문을 해도 되겠지만 성질이 급하디 급해 지랄 맞은 나는 하루라도 빨리 써보고 싶어 어머니께 부탁드렸고, 감사하게도 직접 찾아가서 사다 주셨다.

IMG_6419(그때 컴퓨터학습 기사다. 밑에 쓴 글은 어머니께서 찾아가느라 메모하신 것.)

지금 보면 참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저게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컴퓨터 전문지가 불법 복제를 해주고, 대형 복제 업체들이 불법복제품을 케이스에 담아 설명서를 첨부해 정품처럼 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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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IO에서 발매했던 かきくけコン(카키쿠케콘)이라는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TOPIA에서 카피해 팔았던 제품. 밑의 GRAPHIC MASTER & EDDY II라는 레터링은 나중에 인스턴트 레터링으로 넣은 것이다. 그땐 카키쿠케콘이 그래픽마스터라는 프로그램이라고 착각했었다)

뭐, 그렇게 해서 MSX용 EDDY2를 구했고, 예전에 BASIC으로 좌표찍어 선 등을 그어 그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뭐, 지금처럼 타블렛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컴 환경이 좋아서 마우스나 트랙볼이 있던 것도 아니니 전부 키보드 커서키를 눌러가며 그렸지만, 그게 어딘가. 모눈종이에 그리고 좌표 계산해 하나하나 코딩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아무튼, 그때 그렸던 것이 바로 AIRW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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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컴퓨터 학습 2월호에 소개됐던 그림이다.
참고로 MSX의 그래픽 성능은 256×192 해상도에 16색 동시표현이고 거기에 약간의 제약이 있다. (뒤에서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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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학습에 투고하면서 프라모델 케이스에서 잘라 로고도 같이 보내줬건만 AIRWOLF를 AIRWOOLF로 오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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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 데이터를 못 찾아서 아쉬웠는데, 오늘 옛날 테이프들을 뒤지다 그때 EDDY2 구입한 테이프와 그 뒷면에 AIRWOLF 저장해놓은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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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이프 찾기에 사용된 시스템. National MSX2 FS-5500과 데이터레코더.)

이젠 쓰이지도 않는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는 당시엔 매우 비싼 장치여서 , 값싼 카세트 테이프에 데이터를 소리로 바꿔 기록하고, 그걸 다시 불러들이는 데이터 레코더를 일반적으로 사용했다.


동영상을 누르면, 작업 과정이 재생된다.


(찾은 건 카세트 테이프에 기록된 데이터지만, 이미 DISK로 옮긴 상태에서 불러 들이는 걸 촬영했다.)

당시에 MSX VDP인 TMS9918의 독특한 특성 (8도트 단위 내에는 2색밖에 못쓴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잘 그려놓고 색을 칠하니 다른 색으로 변해 사라지는 등의 삽질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볼만하게 그려졌다. (사실 배경의 빛내리는 건 좀더 다단계로 처리했음 좋았겠지만, 그때 칼라 TV에 안테나로 연결해서 그리던 시절엔 저것도 몇 시간이나 작업한 것이라 눈과 체력이 버텨내질 못했다)

그때, 페르샤(샛별공주)도 그렸었는데. 아쉽게도 페르샤 데이터는 찾지 못했다.

그래도 이거라도 찾은 게 어디냐.

세월이 지나 MSX를 거의 쓰지 않게 되고 나서도 항상 EDDY2를 불법복사해서 사용했던 게 마음에 걸렸고, 정품을 구해둬야지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는데, 운이 좋아 HAL연구소에서 직접 낸 버전과, SONY 트랙볼에 번들된 버전 둘 다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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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SONY 번들판)

이것으로 과거의 빚을 갚은 걸로 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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