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전설 (聖女伝説) -Five Holy Girls- MSX

・・・어느 날 갑자기, 비전의 보물 “Gold Lady”가 미소녀 레미아에게 도둑맞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를 찾아내 그것을 되찾고 싶다・・・ 라는 전개가 되어 나는 즉시 조사를 시작했다. 그때 레미아와 함께 있었던 듯한 소녀가 어느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나는 레미아의 사진을 가지고 그 카페로 향했지만・・・.

1987년 코스모스 컴퓨터(コスモスコンピューター)에서 발매한 Girlie Adventure Game 성녀전설(聖女伝説)

처음 정보를 접한 것은 1987년 MSX Magazine 4월호에서였다. 지금 보면 이게 뭔가? 싶은 그래픽 수준이지만 1987년 MSX에서는 나름 괜찮은 수준의 그래픽이었고 그 소개 화면만으로도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었다. 그렇게 실제 게임은 구경도 못한 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실제로 손에 넣은 것은 처음 봤을 때 나이의 3배 가까이 지나서였다. =)
(산수 문제 맞힌다고 계산해봐도 소용없다, 글쓴이의 나이는 현재 18살이다 (단호))

디스크와 테이프로 발매되었다고 했지만, 실제 디스크 버전은 구경해보질 못했고 테이프 버전만 구할 수 있었다.

테이프다 보니, 컴퓨터로 읽어들이는 명령 BLOAD”CAS:”,R을 실행시키고 파일을 찾아 타이틀 화면이 뜨는 데까지는 약 3분을 기다려야 한다. 하드디스크에서 실행시키는데 걸리는 로드 시간도 길다고 SSD에서 실행시키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 3분 동안 설명서(라고 해봐야 표지, 안내서 포함 10페이지다)를 읽어보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이전 글에서 테이프를 녹음해 파일로 만들어 뒀고, Remote 포트가 달린 재생장치를 Arduino로 만들어 뒀기 때문에 실제로 테이프를 재생하지 않고 파일로 실행시킬 수 있었다.

재생전용 데이터레코더 만들기

 

아무튼, 3분만 기다리면 다음 화면을 만날 수 있다.

3분 기다린 것으로 끝이 아니다! 1분 정도 타이틀 곡을 들어야 데이터를 읽을 것인지, 아니면 게임으로 바로 들어갈 것인지 물어본다.

…..

 

그리고, 성녀전설은 MSX 외에도 다른 기종으로도 나와 있는데, PC-88시리즈용의 타이틀 화면과 비교하면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볼에서 이마로 이어지는 곡선이 개인적 취향의 흐름이라 좀 더 부드러운 인상으로 변해서 상대적으로 맘에 든다.

PC88시리즈용 성녀전설

 

이 게임에는 아직 간단히 메뉴에서 커맨드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시스템이 채용되어 있지 않았다. 화면에 직접 명령을 타이핑해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위와 같은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여 게임을 진행한다.  명령어 외에도 일부는 명령 아이콘을 선택해 화면에 커서 키를 이동시켜 작동시키는 방법도 존재한다.

매뉴얼에 나와 있는 명령어 표 없이 플레이한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하나 싶어 상당히 고생했겠지만, 그나마 저 정도의 명령어를 쓸 수 있다는 표가 있으니 생각보다 고생은 덜하게 된다・・・는 개뿔, 대체 뭔 명령을 입력해야할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거기에 키보드 입력 반응도 느려 한 자 한 자 입력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입력하고, 딱 맞는 명령을 입력해야 하는 데다 같은 명령을 몇 번씩 입력해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게임의 목적이 목적이다 보니 그렇게 완성도 있는 스토리를 가진 것도 아닌 단순 뽕빨물로, 게임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대사나 화면을 통해 진행 힌트를 얻기도 힘들어 상당히 고생하게 된다.

게다가, 인터랙티브한 진행을 만들어줄 것 같은 저 아이콘 메뉴는, 특정 아이콘으로 화면의 특정 부분을 누르는 구성으로 진행하다 보니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진행할 수 있다. 한참 뒤 나온 ScapTrust의 Star Ship rendez-vous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이지만, 안경 아이콘을 이용하면 특정 포인트를 볼 수 있는 데 반해 아직 원시적 시스템이라 하나하나 눌러가며 찾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순서를 맞춰서 실수 없이 연속으로 맞춰야 하는 부분은 과연 이것을 깰 수 있게 만든 것인가 싶을 정도기도 하다.

아무튼, 위의 명령어를 이용하거나 커서를 이용해서 레미아의 동료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서 그들을 기쁘게(?) 해주는 댓가로 정보를 얻어 레미아를 찾아내고, 그녀가 훔쳐간 골드레이디를 되찾으면 되는 건데, 처음부터 왜 훔쳐갔는지도 모르겠고 왜 돌려주는지도 모르지만, 그냥 열심히 온몸을 던져(?) 진행하다 보면 골드레이디를 찾았다고 축하한다면서 끝난다.

MSX Magazine 1987년 4월호에서 그래픽과 캐릭터가 최고점 및 호평을 받았지만 그 외에는 점수가 비교적 낮은데, 스토리 항목이 있었으면 더 낮은, 아니 그냥 0점을 주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뭐, 평한 대로 그래픽과 캐릭터는 당시 MSX의 하드웨어 제약을 이용한 컬러 그래픽으로 치면 나름 괜찮은 수준이었지만, 2년 전(1985년) 에닉스에서 발매한 ZARTH에 비하면 확 떨어지기는 한다.
하지만 ZARTH도 이 장면 외에는 크게 눈에 띄는 그림이 나오진 않으므로 이게 보편적인 MSX 그래픽이라고 하긴 힘들듯 하다.


ZARTH -ENIX 1985- TOPIA 발매 한글판


MSX의 그래픽 제약이란 위의 그림으로 확인 할 수 있다. 모자라는 VRAM을 이용해서 256 x 192 해상도 화면에 16색을 동시 구현하려다 보니 8도트에 2색이상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빨간색으로 칠한 원에 파란 원, 녹색 사각형을 그렸을 뿐인데, 3색이 겹치면  나중에 칠해진 색이 먼저 칠해진 색을 덮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MSX에서 컬러 그래픽을 그리려면 저런 현상을 염두에 두고 그려야 하므로 참 귀찮은 일이다. 위의 ZARTH의 화면도 살펴보면 머리카락 색이 옆으로 번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JAST는 이 문제를 흑백으로 해결했다. (발상의 전환)

천사들의 오후 JAST 1985

 

 

혹독한 평을 했지만,
사실,
2017년 지금 시점(視點)으로 1987년 게임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불공평한 일일 것이다.

그 시절로 돌아가서 본다면 과연 위에 적어놓은 불평 거리로만 가득 찬 게임이었을는지 솔직히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 시절은 엄청난 양의 에로게임들이 쏟아지거나 하던 시기는 아니었으므로 그에 따른 플러스 요소가 존재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없던 스토리가 생긴다거나 게임 시스템이 개선될 린 없지만, 위의 평가와는 다른 평가 요소가 글에 반영되어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뭐, MSX Magazine에서도 평가자 별로 취향이 나뉘어 호불호가 갈리지만 스토리쪽에 대해서 혹평 쪽이 많았으므로 그쪽에 대해선 평가가 크게 바뀌지 않을 거 같다. =)

뭐 이런저런 확인을 위해 당신이 굳이 찾아 플레이해 보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절대 추천은 않겠다. 내게는 그냥 1987년부터 가져왔던 궁금증을 풀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을 정도다.

 

아, 확실한 건 그 당시 돈을 지불한 목적이 그것이라면 그것만큼은 충실하게 만족시켜주는 게임임은 틀림 없다. 너무나 충실해서 그외의 것이 사라져 버린 게 흠일 정도로.

 

뭐 이쯤에서 글을 정리하고, 타이틀 화면의 곡을 Pioneer MSX PX-7에서 캡쳐한 것으로 감상하며 마무리하자. PX-7의 PSG는 STEREO로 출력되는데다 꽤 맑은 소리를 들려줘서 PSG 음악 감상에 애용하는 기종이다.

그리고 이것은 MIDI PAC v2를 이용하여 같은 부분을 MIDI Module (Roland SC-88Pro/Yamaha MU500)로 재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