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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용 베타테스트

최근 여기저기서 베타테스트를 빙자한 홍보 이벤트들이 눈에 띈다.
입소문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사용자들을 미리 끌어들여 여기 저기에 입소문을 내도록 만드는 그런 이벤트 개념으로 베타테스터들을 모집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건들을 살펴보면, 실제 버그를 찾고, 기능 제안을 해줄 사람보다는 뭔가 그럴듯한 블로그/카페 포스팅을 해줄 사람들을 뽑는 느낌이 많이 든다.

언제부터 이렇게 느낌이 바뀌었을까?

1990년대 초 중반의 베타테스트는 자신의 신원을 증명하고, 비밀 엄수 계약서를 쓰고서야 접근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의 테스트들이 많았다. 한글과 컴퓨터도 그랬고, 한메 소프트도 그랬고….

신원을 증명하고 비밀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던 과거의 테스트

그러나 2000년대가 넘어오면서 온라인 게임이 붐을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 테스트용의 머릿수 채우기용 인원 수급, 그리고 입소문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적용되면서 그런 비장감마저 감도는 베타테스트는 사라지고 엄청난 기계 속에 들어가는 자잘한 톱니바퀴 같은 머릿수 채우기용 테스터들과 그럴듯한 포장을 해줄 수 있는 블로거들을 모집하는 이벤트들이 늘었다.

아예 대놓고 파워 블로거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주면서 자신의 제품을 광고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찾는 경우도 많다.

PROMOTION (판매 촉진)


그래서 변화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도 과거의 엄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재미를 찾는 이벤트에 가끔 지원해보곤 한다. 글쎄, 예전에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캐릭터 코드를 모두 뽑아놓고 한 자 한 자 비교해가면서 버그를 찾던 그런 진지함을 요즘의 이벤트 테스터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까? 또, 나도 그런 이벤트로 지원한 테스트에서 과거만큼 진지하게 테스트를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교과서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조금은 의도를 숨기고 그럴듯하게 포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근의 베타테스트나 제품 선체험을 빙자한 각종 이벤트들을 살펴보다 보면…
마케팅이나 심리학 관련 책들을 보면 나오는 여러 가지 전략…
그것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아예 대놓고 “너는 1회 광고용 소모품“이라는 느낌을 줄 때도 있다.
바보같이 끌려들어가는 1회용 사용자들을 이용해먹는 것도 좋지만, 진정 피가되고 살이되는데 도움이 되는 고급 사용자를 끌어들이려면 조금 더 세련된 운영의 묘를 보여야하지 않을까?

Windows7 과연 한국만의 컨텐츠를 반영했는가?

지난 2009년 10월 22일, Windows7 런칭 파티에서 MS 측은 한국을 위한 컨텐츠가 잘 반영되었음을 여러 번 강조했다. 중간 프레젠테이션에서도 한국만의 컨텐츠를 반영했다면서 한국 배경의 벽지가 바뀌는 것을 보여줬다.  “뚜구두구둥”이라는 전통 악기 효과음도 자랑스러워했다.
Windows7 테마
기억하기에 이전 MS측의 보도자료로 이 내용이 언론사에 쫙 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과연 만족스러운 수준일까?

화려한 설명과 달리 실상은 이렇다.
Windows7 공식 테마 다운로드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알겠지만, Windows7을 파는 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한 테마 팩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한글 윈도우 3.1발표회에서 자랑스럽게 선 보였던 자료들은 어느 나라나 다 준비했던 것들이다.  까놓고 얘기하자면 그냥 이번 Windows7에 어느 나라나 들어가는 공통 컨텐츠일 뿐이다.  거기에 “뚜구두구둥”이 효과음은 일본을 선택해도 똑같이 나오는 아시아 이미지음이다.

이런 것은 오래전 Windows 3.x 시절에도 있었다.

옆에 첨부한 것처럼 한글판 윈도우 3.1에는 창문살 모양, 태극(이라고 주장하는) 모양의 벽지가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어 Windows 3.1에는 벚꽃 무늬 (무려 256색) 벽지는 기본에 무려 벚꽃이 날리는 스크린 세이버도 들어가 있었다.
MS Windows 3.1 日本語版이후 일본판은 Windows95등에서도 계속 발전되어 채용되었다.

런칭 파티에서 MS의 관계자가 자랑스럽게 보여준 것을 보며 그 먼 옛날의 OS 상황이 떠올라 쓴 웃음을 지었다.

과거도 그랬지만, 정말 한국에 맞춘 컨텐츠로 사람들 모아놓고 생색을 내려면 그 옛날 일본이 다른 나라들이 16색 벽지 끼워줄 때 256색 벽지에 스크린세이버를 추가했던 것만큼 신경을 써줬거나, 이번에 마도베 나나미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있는 독특한 컨텐츠는 제공해 줘야 하지 않을까?

http://akiba-pc.watch.impress.co.jp/hotline/20090926/etc_win7.html

출처 아키바 블로그 (그림 속 주소 표시)과거 일본의 동인들이 만들어낸 MS-Windows 모에화 작품인 윈도우즈 걸즈. 그것을 일본에서는 Windows7로 자작PC를 만들자는 식의 이벤트를 지원하는 캐릭터로 공식화했다. 7777 카피 한정으로 벽지와 음성 데이터를 제공해주며, 토크쇼, 트위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일본의 마나베 나나미가 마케팅 차원에서 OS와 별개로 추가 제공되는 컨텐츠일 뿐이니 Windows7 자체를 놓고보면 별다른 차이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 Windows7관련으로 보도자료도 내고, 행사장에서 사람들 모아놓고 자랑할만큼 한국 테마팩이 고유 아이템은 아니란 거다. (내가 좀 까칠하다)

하긴 과거 OS/2관련으로 IBM 관계자에게 물었을 때도 MS와 사정은 비슷했다.

출처 마이코미져널 ( http://journal.mycom.co.jp/articles/2009/10/22/akiba7/index.html )

아키하바라 Windows7 구매 행렬

“일본판 OS/2에는 뭐도 들어가고 뭐도 들어가고…”그러자 관계자가 말하길,  “일본은 아시아가 아닙니다. 그냥 일본으로 독립되어 운영합니다.” 게임 오버.

그외에도 업계 사람들에게 자주 들을 수 있었던 게 “팔리는 만큼 대접 받습니다.”

그게 90년대 초반이었는데, 2010년을 바라보는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쪽 업계 전반이…

최근 들은 소식으론 영업 외의 X-BOX360외 여러 한글화 등의 관련 사업도 한국 MS에서 일본 MS로 넘어가 일본이 총괄한다고 들었다. 그 정도로 한국은 돈이 안 되는 시장이려나.

“일본은 발매일에 사려고 분주하고, 한국은 크랙 파일을 다운 받으려고 분주하다”

파워 블로거들과 함께하는 Windows7 런칭 파티

그런 상황에서 한국만의 컨텐츠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겠지.

이런 현실 속에서 그만큼 한국 행사를 준비한게 고맙기도 하고, 그런 소개를 해야했던게 게 안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넣어준다고 한들 일본의 오타쿠들을 대상으로 한 “모에화”와 견줄만한 한국만의 상품성있는(까놓고 얘기해서 돈 되는) 독특한 컨텐츠는 무엇이 있을까?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