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가지고 있던 MSX용 5.25인치 FDD, TEC FB-202를 꺼내봤습니다.
꺼내놓고 보니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보려 합니다. 그러니 재밌지 않을 수도 있는 그냥 그런 옛날 얘기일 것입니다.
당시 apple ][ 호환기종을 쓰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5.25인치 FDD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으나, MSX에서는 사용자가 매우 적었습니다. 1984년 대우에서 발매한 5.25인치 FDD는 그 가격이 싱글 드라이브 499,000원, 듀얼 드라이브 799,000원의 초 고가 물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MSX 본체 가격은 제품에 따라 20-28만원 선이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지금은 USB로도 안 쓰는 1MB 를 국내 최대용량이라 자랑하는데, 그나마 그게 2장이 들어가는 듀얼드라이브라 그런 표현을 쓴 것이죠. 디스크 한장의 용량은 500KB로 포맷하면 훨씬 줄어듭니다. (90년대 초반쯤 컴 좀 하신 분들이라면 5.25인치 많이 쓰셨을텐데, 1.2M죠. 양면 고밀도(2HD, DSHD)라고 합니다. )
그런데다 가격이 저렇다보니 많은 이들은 데이터 레코더를 써서 카세트 테이프를 넣고 데이터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죠. 데이터 레코더는 2-3만원이면 샀고, 카세트 테이프는 동네 문방구에서도 몇 백원이면 살 수 있었거든요. (시간은 걸리지만 싼 게 어딥니까!)
이제는 음악듣는데도 안 쓰는 카세트 테이프는 저렴하고 대용량 기억 매체였습니다.
물론, 이후 약간 변종 퀵디스크 드라이브가 나오긴 합니다만 그것도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고 과도기적 물건이라 매우 레어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뭐 그러한 상황에서 나왔던 나름 저렴한 FDD가 바로 TEC FB-202입니다. 대충 찾아보니 TEC는 TOKYO ELECTRONIC Co., Ltd. 인 것 같고 이후 TOSHIBA에 속해 TOSHIBA TEC가 된 것 같습니다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뜯어보면 일제부품이라는 표시가 여기저기 되어있습니다.)
이게 1986년 6월 컴퓨터 학습에 실렸던 그 광고입니다.
20만원대라고 강조하는 것은 대우의 FDD와 비교해 매우 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지요.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원래 양면을 써서 양면 배밀도(DD, DSDD)로 포맷하면 360KB정도 나와줘야하는데, 대우 것과 달리 TEC FDD는 애플][ 등에서 쓰이던 단면배밀도(SD, SSDD)급 디스크드라이브를 붙여 180KB밖에 쓸 수 없습니다.
물론, 이것을 포함한 대우에서 나왔던 정식 5.25인치 규격은 MSX에서 그리 오래 살아남지 못합니다. 이유는 MSX 표준 드라이브로 좀더 용량이 크고 튼튼한 껍질로 보호되는 3.5인치 FDD가 잡히고 대우에서도 후속으로 3.5인치 모델을 출시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보니 5.25인치 전용소프트웨어도 없고, 상대적으로 용량도 적어 쓸데가 없는 제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용도는 뭐 당시 유행했던 메가 롬 게임 추출판 들을 모아놓는 정도로 전락해버렸지요.
메가롬 게임을 즐기려면 위의 메가램팩이 필요했습니다. 사진은 재미나에서 나온 딜럭스 박스인데, 재미나 외에도 스크린 소프트등 여러군데서 나왔습니다.
지금 저장장치는 1-2테라바이트는 기본이고,
FDD는 커녕 CD-ROM, DVD-ROM 미디어 조차도 쓰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만, 당시엔 저 디스켓 한장이면 세상을 다 가진 것과 같았습니다.
그 옛날 느리고, 저장공간은 좁았던 그 시절. 지금처럼 싸게 대용량과 고속처리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에 화면에 표시되는 점 하나 하나가 소중했던 시절. 그런 게 그냥 구식에다 떨어진 사양때문이라고만 치부해버리기엔 아쉬운,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을 익히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던 미래형 어린이들의그 무언가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는 옛날에 썼던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MSX용 디스크는 아닙니다. 90년대 초반에 썼던 IBM PC/AT호환기에서 썼던 디스크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