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호비사 제품은 옛날 국내에서도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등의 고급 완구등을 취급하는 곳에서 전자키트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이 전자키트는 독특한 투명 돔 안에 전자회로와 구동부가 보이는 구조로 되어있는 특징이 있었다.
전자회로와 모터구동 기계부가 서로 연동해서 단순히 움직인다를 벗어나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 지적호기심을 몹시나도 자극했던지라 어렸을 적에 파는 곳에서 한참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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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엘레호비에서 나온 제품들은 보통 직접 납땜을 하고, 부품을 조립해서 만들게 되어있으나,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처음부터 완성된 완제품의 형태로 발매되었다.
바로 1985년 엘레호비(ELEHOBBY)사에서 발매한 MSX용 로봇인 MOVIT2 9505 MSX WIZARD다.
이 제품을 처음 본 것은, MSX 매거진에서였다.
다음은 소개글이 실린 1985년 2월호 MSX Magazine의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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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처음보고 헉!소리가 나올정도로 사진들은 인상적이었다.
당시 MSX매거진등에도 여러가지 로봇기사가 나왔지만, 대부분 조잡한 디자인(개인적 기준)이었다.
하지만 정말 깔끔 그자체였다.
엘레호비 특유의 투명 돔 구조에 살짝 보이는 전자회로,
거기에 MSX컴퓨터에서 코딩을 하면 그대로 움직인다는 획기적인 활용법까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뭐, 지금에야 컴퓨터로 제어하는 장난감들이 널리고 널렸지만, 80년대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
그렇게 갖고싶다는 생각만하고 긴 세월이 흘렀고, 어쩌다 운이 좋아 이 녀석을 구할 수 있었다.
=)
우선 박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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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X 컴퓨터 대응의 로봇으로 퍼스컴으로 작성한 데이터를 부속의 ROM/RAM 카트리지에 저장하고, 그 카트리지를 로봇에 장착하면, 명령대로 스스로 움직이는 시스템입니다.
부속품과 조작법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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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사에도 산요와 함께 판매를 시작했다고 되어있는데, 실제 박스, 매뉴얼 곳곳에 산요의 흔적이 나타나있다.
예제로 사용된 컴퓨터의 그림을 보면 산요의 MSX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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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알리가 없으려나? 하긴. 사실 이제와서 산요의 MSX가 어찌 생겼었는지 아는 사람이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몇 명이나 있을런지는…(…….)
오라, 작은 미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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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상태가 불량한 게 보인다.
제원 등이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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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12,800엔.
윗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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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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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설명서/보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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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본체,
아아 역시 이 돔형태의 머리부분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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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RAM 카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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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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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용 스티로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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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게 2개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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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뒤 모양이 달라서 2개가 서로 제품을 양쪽에서 잡아주게 디자인 되어있습니다.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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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셀은 당시 산요에서 판매하였거나, 라이센스 했던 모양이다.
산요의 이름이 붙은 배터리가 사용된 것은 역시 위의 기사대로 산요와 관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배터리 상태가 엉망이다. 물론 35년은 묵은 배터리다보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위에서 박스 상태가 불량하다고 한 원인이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이번에 구한 제품은 배터리를 꽂아놓은채 장기 보관해서 누액에 당한 녀석이었고,
무한궤도는 경화되어 돌아가지 않는 녀석이었다. =)
그럼 당연하지만, 살리기 시작.
잘 분해해서 세척할 것은 세척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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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구동 모터는 다음과 같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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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썩은 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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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동형의 마부치 모터를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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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만 필요할터인데 왜 박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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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고정 부품도 누액으로 엉망이 되었지만, 식초를 이용해서 일단 쓸만하게 살려놓았다.
다음은 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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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부품은 봉을 박고 잘 고정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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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누액으로 도색 상태도 엉망임을 알 수 있다.
대충 표면을 다듬은 뒤, 검은색으로 밑색을 깔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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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곳은 다시 잘 다듬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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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색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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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하게 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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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갈라진 피니언 기어를 바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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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4륜용 8T 기어를 사용하면 된다. =)
그리고 삭은 기판의 보수. 일부 칩이나 캐패시터가 불량이라 Aliexpress, eBay등을 뒤져서 교체해줬다.
부저도 갈아줬는데 액티브 부저를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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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커넥터 처리했습니다.
뭐 이정도 부품을 구해놓으면 대략 문제 없이 고칠 수 있다. 음 이렇게 세트를 맞춰두면 두 대는 더 고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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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무한궤도는 오른쪽 상태처럼 삼각형으로 경화되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대체품을 찾아본다.
왼쪽 녀석도 대체품으로 찾은 것인데, 강철 와이어가 들어있어서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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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테스트용으로 미니 4륜용 바퀴를 달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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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굴러는 간다.)
그러다 몇번을 테스트하다 적절한 녀석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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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XL050 규격 타이밍 벨트. =) 살짝 뻑뻑한 감이 있지만, 찾아본 것 중에서 가장 완벽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
손상된 배터리 홀더, 커넥터도 다 새것으로 바꿔주고, 이리저리 남은 부분을 조립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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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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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차례는 동작.
코딩에 사용된 컴퓨터는 Panasonic MSX turboR FS-A1ST. 30년 전에 발매된 모델로 MSX의 거의 마지막 세대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FS-A1GT라고 마지막 모델이 있지만 같은 turboR규격이다.)
MSX 시리즈는 하위 호환성이 있어서 이전에 MSX1용으로 나온 제품도 상위 기종에서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예외의 경우도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런 제품도 소개하겠다)
방법은 간단. ROM/RAM 카트리지를 끼우고, 동작을 코딩한다.
그리고, 끝나면 다시 ROM/RAM카트리지를 뽑아서 로봇에 끼우고 동작 스위치를 눌러주면 끝.
(동작 사이 사이 쉬게 해줬으면 동작 구분이 확실했을텐데 찍을 땐 그 생각을 못 했다.)
음, 처음 돌려봤을 때 살짝 실망했던 것은 상상속에서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DC 모터는 한 방향으로만 회전해서 양쪽 모터를 반대로 돌려 제자리에서 돌기 같은 것은 불가능하고,
또 각 동작 시간은 내부의 가변저항을 돌려서 조정하는등 섬세한 제어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동작의 타이밍도 완벽하게 고정되지 않고 들쑥날쑥한 경우도 있었다. =)
아마도 지금 다시만든다면 스테핑모터를 써서 정밀하게 각도를 제어해서 움직이게 할듯.
하지만, 80년대의 제품!
거기에다 그 시절에 그렇게 부품을 써서 판매했다면 절대 일반인 상대로 못팔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뭐, 그때라면 완벽하진 않지만 이정도로도 꽤 즐거움을 줬을 것이라 생각한다. =)
그럼, 예전에 찍어놓은 영상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