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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루즈

2001년 12월 30일 작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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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루즈

 

원제작사 : Fujitsu Palex

한글화 : 한국라이센싱

제작년월일 : 1997년 3월 (한글판기준)

 

류지가 초기에 맡았던 타이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무래도 에베루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당시 맡았던 타이틀 중에선 그래도 가장 큰 작품이기도 했고, 원 스탭에 류지가 좋아하는 키타즈메 히로유키씨가 끼어있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지요.

 

사실, 이 작품을 처음 발견한 것은 컴퓨티크였는지 로그인이었는지 기억은 잘나지 않지만, 일본의 게임 전문지의 새소식란에서였습니다. “이타바시 마사히로, 키타즈메 히로유키씨가 참가한 마법학원물 게임이 나온다”라는 것이었지요. 그 것을 기초로 일본에 연락을 취하게되었고, 아직 알파판도 안나와있던 후지츠 팔렉스에서는 한국에서 라이센스 관련으로 연락이 오자 대단히 놀랐다고합니다. 이후, 류지도 이 게임의 계약건으로 후지츠에 놀러갈 수 있었고 “최선을 다해서 한글화 하겠다”라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이때 이미 계약이 추진되고 있었으므로, 이후 게임이 어느정도 완성되어 광고를 보고 연락한 다른 업체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이었지요.

 

이, 에베루즈를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뭔가 허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벤트 수도 적구요. 그 것은 에베루즈가 미완성작이었다는 것에 기인합니다. 어떤 근거로 류지가 미완성작이라고하느냐. 바로, 스크립트에 숨겨져있습니다. 에베루즈 스크립트를 열심히 번역해서 교정을 보았지만, 실제로 게임에는 그 스크립트의 반정도 밖에 이벤트로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준비만 하다가 실제로는 숨겨놓고 쓰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벤트 그림에서도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것이 제법 들어있구요. 에베루즈의 썰렁한 엔딩에 놀랐던 분들도 제법 계셨을 건데요. 이것도 같은 이유에서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에베루즈의 엔딩을 보완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일본측에 제시했고, 일본측에서도 긍정적으로 나왔습니다. 뭐, 이쪽에서 보강하는 것에 대해서 계획을 세우려는 도중 에베루즈 스페셜이 제작된다는 것을 알고 취소했지만 말입니다. (그때, 마음만 먹었으면 남자 노이슈와의 엔딩을 추가했을지도..-_-; 농담인 거 아시죠?)

 

사실, 류지의 본격적인 한글화는 에베루즈에서 시작됩니다.

게임을 한글화 할 때 그 대상을 누구로하느냐에 대해서 류지는 “매니아를 만족시키면 좋겠지만, 일단은 일반인을 상대로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품질을 내고싶다”의 입장입니다. 매니아의 경우는 쉽게 일본판(또는 원판)과 비교를 하며 차이점을 찾아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점이 제가 모자라기에 실수했거나 모르고 넘어간 것을 지적해주신 분들보다 일본판과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싫다라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 한글화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그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가급적 원본의 느낌을 충실히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제가 살리려고 하는 점은 “일본판을 일본인이 플레이했을 때의 느낌을 한국판을 한국인이 플레이했을 때 느낄 수 있도록”정도입니다.

 

그래서, 당시 업계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던 주제가도 한국어로 불러 넣었고, 더빙도 유명한 스튜디오에서 전문성우들과 함께 했습니다. 사실 주제가는 한국에서 제작한 게 아니라, 일본 후지쯔 측에 의뢰를 해서 제작해왔습니다. 일본판 주제가를 담당했던 프로듀서가 선택한 일본쪽 한국인에 의해 제작되었는데요. 서로 연락이 어긋나서 어색한 발음 몇군데를 수정하지 못하고 제품화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처음으로 이런 일을 한데서 온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녹음은, 애드원이라는 스튜디오에서 했습니다. 당시 분위기가 대학 방송반에서 녹음하거나 하는 정도였는데, 애드원은 당시 디즈니 극장판, TV판등을 전문으로 녹음하는 유명한 스튜디오였지요. 이곳에서, 강미형님, 김정주님, 애재용님, 이호인님, 차명화님을 모시고 녹음에 들어갔습니다. 차명화님을 다시 뵐 수 있었던 것은 투니버스판 카우보이 비밥 녹음때 였는데 정말 반갑더군요.

 

 

이벤트용 베타테스트

최근 여기저기서 베타테스트를 빙자한 홍보 이벤트들이 눈에 띈다.
입소문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사용자들을 미리 끌어들여 여기 저기에 입소문을 내도록 만드는 그런 이벤트 개념으로 베타테스터들을 모집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건들을 살펴보면, 실제 버그를 찾고, 기능 제안을 해줄 사람보다는 뭔가 그럴듯한 블로그/카페 포스팅을 해줄 사람들을 뽑는 느낌이 많이 든다.

언제부터 이렇게 느낌이 바뀌었을까?

1990년대 초 중반의 베타테스트는 자신의 신원을 증명하고, 비밀 엄수 계약서를 쓰고서야 접근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의 테스트들이 많았다. 한글과 컴퓨터도 그랬고, 한메 소프트도 그랬고….

신원을 증명하고 비밀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던 과거의 테스트

그러나 2000년대가 넘어오면서 온라인 게임이 붐을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 테스트용의 머릿수 채우기용 인원 수급, 그리고 입소문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적용되면서 그런 비장감마저 감도는 베타테스트는 사라지고 엄청난 기계 속에 들어가는 자잘한 톱니바퀴 같은 머릿수 채우기용 테스터들과 그럴듯한 포장을 해줄 수 있는 블로거들을 모집하는 이벤트들이 늘었다.

아예 대놓고 파워 블로거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주면서 자신의 제품을 광고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찾는 경우도 많다.

PROMOTION (판매 촉진)


그래서 변화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도 과거의 엄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재미를 찾는 이벤트에 가끔 지원해보곤 한다. 글쎄, 예전에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캐릭터 코드를 모두 뽑아놓고 한 자 한 자 비교해가면서 버그를 찾던 그런 진지함을 요즘의 이벤트 테스터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까? 또, 나도 그런 이벤트로 지원한 테스트에서 과거만큼 진지하게 테스트를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교과서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조금은 의도를 숨기고 그럴듯하게 포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근의 베타테스트나 제품 선체험을 빙자한 각종 이벤트들을 살펴보다 보면…
마케팅이나 심리학 관련 책들을 보면 나오는 여러 가지 전략…
그것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아예 대놓고 “너는 1회 광고용 소모품“이라는 느낌을 줄 때도 있다.
바보같이 끌려들어가는 1회용 사용자들을 이용해먹는 것도 좋지만, 진정 피가되고 살이되는데 도움이 되는 고급 사용자를 끌어들이려면 조금 더 세련된 운영의 묘를 보여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