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 DC-Nikkor 105mm f/2D

AF DC-Nikkor 105mm f/2D(이하 DC105mm)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니콘의 렌즈 카탈로그에서였다. 디포커스 이미지 컨트롤(Deforcus Image Control : DC)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붙어 있는 렌즈. 누구나 인물촬영에 최고라 하는 85mm와는 조금 다른 초점 거리(105mm, 135mm)면서도 독특한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것에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와 함께 퍼스펙티브 컨트롤(Perspective Control : PC) 렌즈 AF PC-Nikkor 85mm f/2.8D(이하 PC85mm)에도 흥미가 있었다. 이렇게 DC105mm, DC135mm, PC85mm를 놓고 나의 인물 촬영용 렌즈 고민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직접 잡아보고 필이 꽂히는 것을 선택하자! 주의인지라 종종 다녔던 일본의 양판점에서 실제로 테스트 마운트 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PC렌즈의 경우 틸트와 시프트를 이용해서 초점이 맞는 면을 기울이거나 기울어진 것을 펴는 등의 활용을 할 수 있으나 AF가 불가능하다는 것, DC135mm의 경우 APS-C타입의 S2Pro(당시 사용하던 D-SLR)에서는 35mm 환산 202.5mm로 지나치게 망원이라는 것이 걸렸다. 결국, 최종 선택은 DC105mm였다.

막상 사놓고 써보자 맘은 먹었으나, DC105mm의 사용법은 어디에도 명확하게 나와있는 곳이 없었다. 매뉴얼에도 간단한 설명만 나와있을 뿐, 작례라거나 구체적인 사용방법은 나와있지 않았다. 카탈로그에도 그 기술적 설명은 나와있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주진 못했다. 그러나 아무런 조작 없이 그냥 찍은 사진도 매우 아름다운 결과물을 내주었기에 한동안은 아무런 DC링 조작 없이 사진을 찍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DC링을 중립에 놓고 찍은 사진. 좋은 결과물을 내주는 게 맘에 든다.


일단 샀으면 제대로 써야 하는 법.
DC링의 사용법에 대해서 이리저리 연구를 했다. 매뉴얼에서 대략 소개하는 내용은 DC링값이 조리개 값보다 작을 때는 보케(빛망울)의 모양을 조절하고, DC링 값이 조리개 값보다 클 때는 소프트 필터 효과를 낸다는 정도밖에 없다. 실제 어떻게 찍히는지는 직접 확인할 수 없으므로 결과물을 봐야 한다는데 너무나 막연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DC렌즈 사용기를 보면 소프트 효과를 주로 쓰고 있는 게 보인다. 분명히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 텐데, 뿌연 몽환적인 사진만을 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DC렌즈 사용에 조금 더 도움을 준 것은, 니콘의 렌즈 카탈로그다. 매뉴얼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은 AF동작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DC링의 값이 조리개 값보다 작을 때는 AF를 써도 되지만, 클 때는 MF로 초점을 맞추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DC링의 값이 커짐에 따라 광축을 왜곡하는 정도가 심해져 그에 따라 초점을 검출하는 기능에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리개 값에 따라 렌즈의 사용 면적이 달라지므로 그 값도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소프트 필터로만 쓰기에는 디포커스 이미지 컨트롤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족할 것이며, 그 가격차이도 이해할 수 없다. 뭐하러 몇천 원에서 몇만 원 주면 사는 소프트 필터를 놔두고 몇십만 원이나 더 주고 그런 렌즈를 사는가. 감성 품질이 다르다고? … 처음 사서 신기하다고 뿌옇게 한두 번 찍어보다 질려서 안 찍을 그딴 감성 개나 줘버리라고 하라.

그리하여 이리저리 사용법을 알아보다 터득한 게 있으니, 보케의 모양이 특정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보케의 모양은 렌즈의 설계에 따라 정해진 고유의 광학적 특성인데, 렌즈에 따라 보통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보인다. (아래의 예 외에도 반사식 렌즈에서는 도넛 모양의 보케가 생기기도 한다.)
보케의 패턴”]보케의 패턴
이쯤 하면 DC렌즈의 주된 기능을 눈치 챌 수 있겠는가?
그렇다, DC링의 값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케를 위와 같은 느낌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보통 렌즈마다 고유의 모양으로 정해져 있는 보케의 모양을 DC렌즈는 그 값을 조정하는 것으로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는 게 DC 렌즈의 진정한 매력이다.

그럼 어떻게 조절하는가.

우선, 사진에서 보케가 생기는 것에 대해 알아보자. 보케는 피사계 심도(빨간 화살표)를 벗어난 물체가 흐려지면서 발생하는데 상황에 따라 피사계 심도 내의 피사체를 중심으로 앞에 발생할 수도 있고(녹색 부분), 뒤에 발생할 수도 있다(주황색 부분). 따라서 어느 쪽에 발생한 보케를 어떤 모양으로 바꿀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DC링으로 그 조건에 따라 F측으로 돌릴 것인지 R측으로 돌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피사체와 배경”]
먼저 흔히 접하는 뒤의 배경을 흐리게 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즉 피사체의 뒤에 놓여 있는 사물을 흐리게 만드는 경우다.

DC링을 중립으로 놓고 사진을 촬영하면 [자료1]의 중간 모양으로 뒷배경 보케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DC링을 R로 적당히 돌리고 사진을 촬영하면 뒷배경이 [자료1]의 오른쪽 모양처럼 솜털처럼 보케가 발생한다. 반대로 F로 적당히 돌리고 사진을 촬영하면 뒷배경이 [자료1]의 왼쪽 모양처럼 테두리 쳐진 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적당히란 어느 정도를 말할까? 그것은 자신이 세팅한 조리개 값에 따른다. 만약 조리개를 완전 개방해서 2에 두었으면, F나 R값은 0~2까지만 돌려야 한다. 만약 조리개를 5.6으로 두었다면 F나 R값은 더욱 폭넓게 0~5.6까지 조절할 수 있다. 그 값의 크기에 따라 뭉개지는 정도나 테두리 지는 강하기가 변한다.

솜털형과 테두리형 보케는 서로 대립하고 있어서, 같은 조건에서 사진을 찍을 때 뒷부분의 보케가 솜털형이라면 앞부분의 보케는 테두리형이 된다. 반대로 뒷부분이 테두리형이라면 앞부분은 솜털형이 되는 것이다. 이 특성을 파악해서 자기가 원하는 사진에서 피사체의 어느 쪽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 것인가 결정하고 R이냐 F냐를 결정하면 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R로 돌리면 피사체 뒤가 솜털, F로 돌리면 피사체 앞이 솜털이 된다.)

그리고, DC링을 조리개 값보다 더 크게 하면 말 그대로 소프트 필터를 댄 것과 같은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단 니콘에서는 이 경우 AF촬영을 하지말고 MF로 초점을 맞출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위의 사항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은 니콘 렌즈 카탈로그에서 자세히 하고 있다. 이것을 살짝 위에서 한 설명에 맞춰 쓰면 다음과 같다.

니콘 렌즈 카탈로그”]니콘 렌즈 카탈로그 중에서

그림1은 DC링을 중간에 맞췄을 때 보케가 형성되는 모양을 설명하고 있다.

피사체를 중심으로 후경([자료2]의 주황색)이나 전경([자료2]의 녹색) 모두 깔끔한 원형으로 보인다.

그림2는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DC링을 R측으로 돌린 경우다.

피사체를 중심으로 후경([자료2]의 주황색)은 상이 맺힐 때 솜털처럼 뭉개지는 모양을 하게 된다.

전경([자료2]의 녹색)은 상이 맺힐 때 진한 테두리가 발생한다.

아래는 실제로 각 값에 대응해서 찍은 사진이다. (클릭하면 커진다)
[자료2]의 피사체 앞부분의 상(녹색)을 찍은 예이므로 F로 돌리면 솜털모양으로, R로 돌리면 테두리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 맨 오른쪽에 F값을 한 번 더 붙여 R과 F를 붙여 비교해 보기 쉽게 해놓았다.

예제”]

사진 위의 하늘색 막대는 AF가 동작하는 구간, 즉 피사체를 명확히 하면서도 배경만 효과적으로 모양을 바꿀 영역을 표시하고 있다.

어느 정도 DC렌즈에 익숙해지고 소개글을 써야지 맘 먹은지도 4-5년은 된 거 같다. 이제 와서 보면 별 거 아닌 DC렌즈. 하지만, 처음엔 뭐가 그리 어려웠는지…
만약 DC렌즈를 사놓고 소프트 효과나 내고 있는 사용자라면 이 글을 보고 매번 소프트한 사진을 떠나 보다 멋진 사진에 도전해보기 바란다. (2009.5.7. ASTERiS)

* 피사계 심도(被写界深度; depth of field) :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면 피사체 전후로 초점이 맞아 상이 명확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고 그 영역을 벗어나면 상이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한다. 여기서 상이 명확하게 맞은 범위를 피사계 심도라 부른다.

* 보케(ボケ; boke) : 일본어 보케루(ぼける;(영상등이)흐릿해지다)에서 온 단어. 피사계 심도를 벗어난 상은 흐리게 보이는데 조건에 따라 독특한 무늬를 보인다. 반사되는 빛이나 점 광원 등이 뭉개지면서 특유의 모양을 이뤄 “빛망울”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외의 조건에서도 발생하므로 일단 여기서는 보케로 쓰기로 한다.

* AF렌즈 유일의 은색 띠 : DC105mm와 DC135mm는 AF렌즈 군에서 유일하게 MF 렌즈의 경통부 은색 띠 전통을 이어받은 렌즈다. 한번 카탈로그를 잘 살펴보기 바란다.

* 니콘 카탈로그의 설명 부분[자료3]을 잘 살펴 보면 알겠지만 DC링을 조작하면 초점이 맺히는 위치가 바뀐다. 그래서인지 렌즈에 따라 정확한 초점이 안맞는 제품이 제법 되는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가 가지고 있는 DC105mm도 일본 니콘 본사에서 테스트를 마친 “오차 범위 내의 전핀(?)”렌즈다. [자료2]의 피사계 심도 화살표로 나타낸 것처럼 보통 피사체를 중심으로 앞이 좁고 뒤가 넓은 형태로 초점 영역이 잡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오차 범위 내의 전핀 렌즈다 보니 완전 개방으로 찍으면 분명히 피사체의 초점은 맞아있으나 미묘하게 피사계 심도가 중립 또는 앞부분이 묘하게 넓은 듯한 느낌을 받는 결과물이 나오곤 한다. 최신 니콘 바디라면 미세 초점 조절 기능이 있으니 별 문제가 안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