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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마인드 전자 사전 (일한사전을 중심으로 본 빌립 전자사전 101종)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마인드 전자사전

국내에 전자 사전이 퍼진 것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다. 우리나라의 대표 워드프로세서였던 아래한글에 전자 사전이 추가되면서 컴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자사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본격적인 국내 전자 사전의 역사도 십수 년을 넘어 꽤 오래됐다. 그사이 컴퓨터뿐 아니라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 게임기 등도 “학습용”이라는 미명하에 사전 기능을 추가하거나 S/W로 판매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최근 MID 열풍이 불면서 빌립이나 타 메이커에서 출시한 제품에도 전자사전을 번들하거나 S/W로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빌립의 S5/S7제품을 위해 출시한 SayDic XT 제품이다. 빌립에서는 Viliv Mobile PC용 전자사전 101종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CASIO에서 나온 전자 사전 전용기를 가지고 있어 S5를 사고도 선뜻 사기를 망설였던 제품이었으나, 운 좋게도 빌립 매니아 카페(http://cafe.naver.com/vilivmania.cafe)의 정모에서 상품으로 받을 수 있게 되어 소갯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사전을 리뷰해봐야 별다른 내용이 있을 리 없다. 원천 소스는 두산동아나 시사, 민중서림 정도의 데이터 일 것이고 대부분의 업체가 그것을 돌려쓰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사용 편의성, 특히 글쓴이가 주로 사용하는 일본어 사전 쪽에 대해서 다뤄 보기로 하겠다.

제품의 설치

이 제품을 설치하면서 당황했던 것은 SayDic 홈페이지에 사용자 등록하고 등록키와 설치 모듈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국내에서 게임 콘텐츠 관련으로 일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국내 불법 복제 상태는 문제가 심각하고, 업체에서는 이런 방법을 최선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 번 설치해놓으면 계속 홈페이지에 인증을 요청할 필요가 있는 제품은 아니므로 큰 문제는 될 게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기기 인증을 통해 일단 등록하면 변경할 수 없다는 정책 때문에, 후에 기기에 이상이 생기거나 했을 때 제대로 인식되지 않아 곤란한 경험을 한 사용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AS시 수리 영수증 제시 등을 통해서 변경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으나 이유없이 기기 인증이 불허되는 상황도 있다는 글을 찾을 수 있다.)

일단 처음에는 모든 콘텐츠를 선택해 설치해보기로 했다. 설치 용량은 2.12G. 수많은 MP3파일이 설치되는 것으로 보아 원어민 발음 지원기능때문으로 보인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모든 사전의 설치가 끝났다.
사전은 101종이라고 자랑하지만, 실제 설치 시 선택할 수 사전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한국고전 및 사상 50선”이라는 텍스트 북을 낱권 계산해서 더한 것이었다.

제품의 사용

사전을 실행시키면 깔끔한 UI의 아이콘 모음을 볼 수 있다. 탭으로 언어군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안에는 수많은 사전이 정리되어 있다. 물론, 통합 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한꺼번에 살펴볼 수도 있다. 아래쪽으로는 사전 콘텐츠를 제어하는 툴바와 사전 전체를 관리하는 툴바가 있으며 이것을 통해서 발음을 들어본다거나, 다른 사전으로 넘기고, 학습장을 띄워 관리하거나 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 수많은 학습서, 참고서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는 단순한 텍스트 북을 떠나 멀티미디어 북으로 되어 있어 보고 듣는 학습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심심하다면 한국고전 및 사상 50선을 펴놓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영어 한국어 사전에서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 그런데 글쓴이가 주로 애용하는 일본어 사전으로 가면서 치명적인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맨 위의 제목처럼 대체 왜 이런 전자사전을 만들었을까 하는 부분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일단 일한사전은 “히라가나/가타카나”로만 검색할 수 있었다. 통합검색에서도 한자를 넣으면 중한사전만 떴다.
분명히 일본어 한자 읽기 사전이 있음에도 통합검색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책을 읽다 모르는 한자가 나오면 그 한자 자체를 찾아야지 왜 그 한자를 읽는 법을 찾고 그 결과로 나온 발음으로 일본어 사전을 검색하는가? 이건 종이 책 시절에나 썼던 방법 아닌가? 일본어 전자사전 전용 기기들이 필기체 입력을 중요시하는 건 바로 이런 문제에서다. 전자사전을 종이 사전 대신 들고다니는 것은 단지 종이보다 가볍기 때문이 아니다. 그만큼 편하게 데이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ayDic을 살펴보면 한영사전을 쓰는 개념으로 일본어 사전에 접근했다. 일본어의 상당수는 한자어며, 그것을 읽지 못해 사전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일본어를 조금만 공부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책에서 刹那(せつな)라는 한자를 만났다고 하자. 이 한자를 어떻게 읽는지 모른다면 히라가나로 검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한자 검색을 지원하는 일본어 사전이라면 그냥 그대로 그려넣거나 복사해 넣고 검색하겠지만 SayDic에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한다.

1) 통합 검색에서는 일본어 한자 검색이 불가능 하므로, 일본어 한자 읽기 사전을 실행한다

2) 刹那를 입력해본다. (그러나 한꺼번에 검색해주지 않고 딱 한 자만 입력을 받아, 刹만 검색되었다)

입력 방법은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한다. 부수 입력을 통해 사전에서 찾거나, XP이상급이면 기본적으로 지원해주는 일본어 IME를 설치하고 IME PAD에 직접 필기체 인식을 통해 입력할 수도 있다.


3) 여기의 예문에서 刹那를 찾고 옆의 히라가나 표기를 통해 링크된 일한사전을 실행시킨다.


이 무슨 바보같은 짓이란 말인가!

그저 일본어 한자 읽기 사전에 나오는 표기법을 누르면 자동으로 일본어 사전과 연결된다는 게 자랑거리려나?

통합 검색에서 제대로 검색도 안되는 일본어 한자 읽기 사전을 분리해놓은 것은 일본어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없이, 한영/영한 사전 엔진에 일본어 데이터만 대치하고 사전수만 늘려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刹那를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하면 위와 같이 바로 히라가나 읽는 방법과 내용이 다 나온다.

이런 검색 문제는 90년대 중반 아래한글에 들어 있던 일본어 사전에서도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전자사전에서 그런 문제를 다시 보게 되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만약 일본어 사전이 필요해서 이걸 돈 주고 샀다면 돈이 아까워서 피눈물을 흘릴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타 언어에 대해서는 별로 할 얘기가 없다. 중국어에 대해선 글쓴이가 지식이 없고, 한영-영한-국어사전에는 저런 구조로 찾을 일이 없어서 별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

제2외국어라 구색 맞추기용으로 들어간 것일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PC에서 돌아가는 일본어 전자사전이 몹시 탐났는데 실망으로 끝났다. SayDic에서는 좀더 일본어에 대해서 연구해보고 검색방법을 히라가나 다음의 한자까지 건드릴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단언컨데, 타 언어 사전을 쓸 생각이라면 모르겠지만, 일본어 사전을 쓸 생각이라면 이 제품을 절대 사지 말고 그 돈으로 필기체 입력되는 전용기를 사거나 와이브로 등을 계약해서 네이버 사전을 쓰는 게 훨씬 낫다고 할 수 있다.

당장 글쓴이도 이 리뷰를 끝으로 사전 프로그램은 당분간 하드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주로 쓰는 일본어 사전 쪽이 대폭 개선되었다는 글을 보기전까지는, 제대로 검색도 지원 안되는 사전을 안그래도 부족한 하드에 남겨둘 이유가 없어서다. (안그래도 SSD모델인지라 하드 공간이 부족하다)

아, 고전및 사상 50선을 읽는 eBOOK 용도로 쓸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폰트 (일부만 지원)가 맘에 안들어서 그것도 고민 중이다.

P.S. 상품으로 받고 이런 글을 써서 미안한 느낌은 지울 수 없으나, 잘못된 걸 좋다고 하는 리뷰로는 계속 그 수준의 프로그램을 유지시킬 뿐이다. SayDic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매를 들었다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