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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판 블록의 제작

4.7K옴 블록 복제를 하고 남은 블록은 다용도 블록으로 만들기로 합니다.

전자 실습을 할 때 땜질을 하지 않고 간단히 끼웠다 뺐다 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이를 빵판(Bread board)라고 합니다. 무수한 구멍이 뚫려 있는 판인데, 같은 번호의 줄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여기에 부품을 끼우고 또 옆에는 전선을 끼워 다른 부품 또는 전원과 연결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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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블록은 150개 회로에 최적화된 구성으로 군더더기 없는 딱 필요한 부품으로만 되어있습니다. 그 뒤로 60개의 광실험을 할 수 있는 확장팩이 나와있으나 이것도 그에 맞춰 최적화된 블록들입니다. 뭔가 다른 것을 만들어보고싶다.라고 하면 그 부품외의 것은 전혀 쓸 수 없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위의 빵판과 전자블록을 합쳐보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빵판 대용품으로 스트립 IC소켓을 이용하기로 합니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IC등을 기판에 직접 땜질하지 않고 저것을 땜질해준 다음 끼웠다 뺐다 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이것을 3개씩 잘라내서 블록의 네 접점에 붙여주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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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블록 옆면을 갈아내 끼웠을 때 블록 공간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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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IC소켓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각각의 접점 면에 3개씩 구멍을 뚫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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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접점과 함께 끼워봅니다.
접점은 지난번 포스트에 써놓은 대로 만들어 줍니다. (http://asteris.pe.kr/blog/1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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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납땜으로 3개의 핀을 서로 연결해주고, 접점과도 연결해줍니다.

그리고 모두 조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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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소켓이 벌어진 부분은 순간 접착제나, 에폭시 접착제 등으로 붙여줍니다.

이제 아무 부품이나 끼워서 만능키트에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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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 시작한 것

격조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중엔 여러 일이 있어서 블로그 관리를 소홀히 했네요.
다시 시간을 내서 이것저것 해보고, 연락도 좀 하면서 살까 합니다.

오래간만의 글은 취미 생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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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어렸을 적 봤던 책 중에서 인상적인 것들을 떠올려 보면
월간 라디오와 모형, 007제작집, 디지틀 게임기 제작집, 컴퓨터 학습, MSX용 학습서들을 들 수 있습니다.

*디지틀 : 요즘 외래 표기법에 맞추면 디지털입니다.

전자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던 국민학생(지금의 초등학생) 시절, 디지틀 게임기 제작집이라는 책을 구해 보곤 여기 나오는 것들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으로 수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당시 다녔던 태권도장의 사범님이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으셔서 “이런 건 세운상가에 가면 부품을 구할 수 있다”라는 정보를 주셨고, 이에 어머니와 함께 가서 디지털 주사위를 만들 재료들을 사느라 고생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결국, 제대로 완성되진 않았지만, 아마도 전자 쪽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갤러리아 백화점이 된 한양쇼핑센터는 어린 날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었던 보물섬과도 같은 장소였습니다. 기억에 2층의 수입완구 코너에는 각종 첨단 게임기와 수입 로봇 장난감들이 즐비했고, 3층에는 금성 컴퓨터 판매 전시장과 서점이 있었습니다. 금성 패밀리 컴퓨터였던가 하는 무가지를 받고 거기에 나온 각종 BASIC 코드들을 입력해보는 것은 어린 날 엄청난 즐거움이었습니다. 그 옆의 서점의 구석에는 007제작집이 있어서 이런저런 신기한 기계들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그 당시엔 차마 책을 사볼 생각도 못했었는데, 내심 아쉬웠던 그 책을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www.multimediacampus.co.kr/ 도서산업사의 eBOOK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죠. 전자 공작의 기초를 다루고, 당시 팔았던 키트의 설명서를 묶어둔 책입니다. 최근 그것을 재판한 것을 발견하고 책으로도 샀습니다. 책이 나왔던 시대가 시대인 만큼 지금 보면 최첨단 기술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취미 공작에 유용한 정보들로 가득합니다.

전기의 흐름을 저항과 콘덴서와 코일을 이용해서 원초적으로 제어하고,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이용해서 증폭하거나 흐름을 바꾸고, 콘덴서나 코일로 신호를 걸러내는 등의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최첨단 기술(?)이었기 때문에 쉽게 풀어쓰고 자세한 설명이 실려 있어서, 지금 전자 쪽에 취미를 붙이려고 공부를 시작한 사람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됩니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번역체 문장에 주의 : 일본 책을 번역해서 번역투 문장과, 오역이 많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이 베이스는 정공(홀)이 통과하기 쉬운 것과 같이 수십 ㎛ 정도 얇게 되어있다”
여기서 것과 같이ように의 번역으로 보이는데 쉽도록이라고 했어야 합니다.
2-30여년전의 책인데다 수정도 없이 찍은 재판이므로
결코 좋은 책은 아닙니다.

뭐, 지금은 당시보다 조건이 좋아져서 전기의 흐름을 하드웨어적으로 제어하는 회로를 구성하지 않아도 싱글보드 마이크로 컨트롤러(컴퓨터)에다 프로그램으로 쉽게 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듈화 된 디지털 센서 등의 제품도 많지만, 원하는 기능을 이것 저것 실현하려면 결국 아날로그 전자 회로를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아주 간단한 기초 전자 상식부터 차근 차근 공부를 해야 당황하지 않게 됩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나, 미분과 적분한 기억밖에 없던 학창 시절. 나이 먹고 다시 취미 생활로 전자를 접하면서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책도 보고, 이것 저것 사모으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시대가 좋아져서 휴대형 오실로 스코프도 팔더군요. 성능이 우수하진 않습니다만, 가벼운 취미 전자 공작에는 딱 맞습니다. 내가 만든 회로에서 전기가 어떻게 흐르고 있고, 전압은 어떻게 변하는가를 눈으로 보여주는데 이 정도 성능이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오실로 스코프 : 전압 등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맞춰 궤적으로 나타내 가시화 시켜주는 장치.

그동안 책을 통해 익힌 지식으로 머릿속에서만 막연히 그려왔던 전기의 흐름을 이제 눈으로 보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창고를 뒤져 만능키트도 찾아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일본 각켄(學硏)사의 전자블록 EX-150카피품입니다. 미래소년 코난에서 라나 할아버지가 비행선의 회로를 조립할 때 블록 같은 것을 꺼내 맞추던 느낌을 주는 그런 제품이죠.
블록마다 저항, 콘덴서, 코일 등이 들어 있고 그것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가면서 회로를 구성하기 때문에 땜질이 필요없는 학습 완구입니다. 간단한 150가지 회로도 설명서로 제공합니다. (회로 구성의 해설이 없는 건 아쉽지만)

부품이 하나 없어서, 제너아저씨(http://blog.naver.com/gener75)에게 부탁해서 레진으로 블록을 복제했습니다. 빠진 부품을 만들고, 남은 여벌 블록은 빵판기능을 하는 다용도 블록으로 만들어줄 생각입니다.

취미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과거의 기억들을 살려봅니다만, 한가지 씁쓸한 점이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대부분의 기술 서적, 완구들이 일본 카피판들이란 것입니다. 일본은 먼 옛날부터 학생들의 취미생활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었고 그를 바탕으로 수많은 인재를 키워왔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어른의 과학(大人の科学 http://otonanokagaku.net )”, “일렉잭(エレキジャック http://www.eleki-jack.com )”과 같은 멋진 성인용 기초 취미서도 즐비합니다.

국내에도 그런 정보들이나 재료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수가 적으며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아 즐기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또, 지나치게 “전문적”으로 접근하려고 하거나 “현학적”인 것을 자랑하는 책이나 자료들이 많습니다.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