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전자 사전을 선택할 때 중요시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바로 콘텐츠의 품질과 검색의 편의성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어 전자 사전을 고르다 보면 언제나 결론은 CASIO 전자사전으로 나버린다.
과거 EW-D3700이 그랬고, EW-H3000이 그랬으며 이번의 EW-SF3300이 그렇다. 이전에도 그 선택 이유를 리뷰로 밝혔는데 ( http://asteris.pe.kr/blog/1139 , http://www.excellent-word.co.kr/new/sub7/sub7_2_1_view.asp?num=2068&model=EW-H3000&page=1 ) 그 사이 UMPC, MID(Mobile Internet Device)용 전자사전 리뷰( http://asteris.pe.kr/blog/1081 )를 하고 더욱 그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과연 어떤 점이 EW-SF3300을 선택하게 하였는가? 이에 대해서 써볼까 한다.
검색의 편의성
일본어를 배우면서 사전을 찾는 경우는 어떨 때일까? 책이나 문서를 읽다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 또는 TV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을 보다 모른 말이 들렸을 때가 주일 것이다. 그 둘 중에서도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그럼 어떤 단어를 찾게 될까? 「あかい」「あおい」같은 단어? 물론 일본어를 배우면서 히라가나로 된 단어들을 찾기도 하지만 조금씩 배워가면서 점점 벽으로 와 닫는 것은 한자일 것이다. 예를 들어 「刹那」라는 한자를 만났다고 하자.
일본어 사전에서 찾아보자. 이 한자를 보고 바로 발음이 떠오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렇지 못하니 사전을 찾는 게 아니겠는가. 일단 刹을 보고 일본어 사전의 뒤에 첨부된 일본어 한자 읽기표에서 발음을 찾는다. 총획수는 8획이고 刂 (칼 도)변인 것을 알아내어 刹을 찾는다. 이제 刹의 예제에서 刹那를 찾고 그 발음이 「せつな」라는 것을 확인한다. 다시 앞으로 넘겨 せつな로 사전을 찾는다. 이제, 刹那는 찰나, 순간이란 뜻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전자 사전은 그런 복잡함이 없어야 한다. 저 한자(刹那)를 바로 검색해서 바로 뜻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사실이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전자 사전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이전 리뷰에도 소개한 것과 같이 왜 이 언어에서 이 사전을 찾는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 없이 UI(User Interface) 디자인을 한 전자 사전들이다.
전자 사전이라는 장점을 하나도 활용하지 못하고, 단지 “이만큼 사전이 많이 들어 있다”라는 스펙을 자랑하는데 급급하다 보니 언어의 특수성이 전혀 반영되질 않았다. 단지 종이 사전처럼 콘텐츠들이 쌓여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전자 사전임에도 종이 사전처럼 일본어 한자 읽기 사전에서 발음을 찾고, 그것으로 히라가나로 검색해서 뜻을 알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CASIO 전자 사전은 다르다. 과거 EW-H3000을 선보이면서 필기체 인식을 채용하여 바로 한자를 “그리면” 그 한자를 인식하고, 인식한 한자로 바로 일본어의 발음과 뜻을 찾아 준다. 이게 바로 제대로 된 전자사전이다. 하지만, 초기 EW-H3000의 필기체 인식 기능은 살짝 불만인 점이 있었다. 이후 인식창이 좀 더 커지고 정확해진 제품이 나왔고, 이번 EW-SF3300는 표시 화면도 터치 스크린 기능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일본어 한자 사전에서는 더욱 정밀하게 “그려서” 한자를 찾기 쉽도록 바뀌었다.
요미가나가 붙지 않은 일본어 책을 읽다 보면 이 기능이 왜 유용한지 알 수 있다. 그냥 그대로 그리기만 해도 찾아주니까.
충실한 콘텐츠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사전 가짓수가 많다고 자랑해봐야 실제로 유용한 콘텐츠는 손으로 꼽힌다. 일본어를 공부하기로 맘먹은 사람에게 영어, 중국어 등의 사전은 기본 사전을 제외하곤 큰 의미가 없다. 또, 생활 회화 기능이나 단어장 기능, 문제 풀이, 퀴즈, 상식 등에 대한 읽을거리는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지장 있는 콘텐츠는 아니다. EW-SF3300은 일본어를 주력으로 하는 사전으로, 일본어 외의 사전은 크게 중요한 사전만 챙겨 넣고, 일본어 사전을 다양하게 넣어 효율을 극대화 시켰다. 물론, 용량이 허용한다면 모든 사전이 다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란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신이 한 번도 켜볼 생각 없는 콘텐츠 비용이 사전 값을 올린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일본어 사전 중심이라고 해도, 국어 3종, 영어 5종, 중국어 4종을 탑재해 아쉬움은 없도록 해놓았다. 실제로 예전 중국 쪽 행사에 초대받아 갔을 때 EW-H3000의 중국어 사전을 이용해 은행에 가서 환전한 경험도 있다. 중국어라고는 “워 아이 니”밖에 모르지만, 한중사전에서 필요한 단어를 찾아 화면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별문제 없었다.
이 두 가지가 글쓴이가 전자 사전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 외의 EW-SF3300의 장단점을 살펴보자면
전자 사전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전자 사전이다. 화려한 화면도, MP3P기능도 없다. 동영상 재생도 불가능하다. 오로지 사전 기능과 학습 기능에만 전력한 사전이다. 가벼운 퍼즐, 메모장, 계산기, 텍스트 뷰어 기능이 추가 기능의 전부다. 그러다 보니 속도가 빠르고 AAA 건전지 2개만 넣어두면 몇 달 동안 신경 안 써도 되는 장점이 있다.
사전의 기본 발음 지원 외에도 전문 악센트 사전을 수록하여 좀 더 심화 있는 학습을 돕고 있다.
일본에서 제작된 외국인을 위한 콘텐츠들이 들어 있어 학습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단, 일부 콘텐츠는 해석이 없어 가볍게 읽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구 모델과 비교하면 백라잇 유닛이 깔끔하게 바뀌었다. 첫 번째 백라잇 유닛 채용 모델인 EW-H3000은 왼쪽에 LED가 2개 밝히는 구조였는데, 균일하지 못한 밝기를 보여 왼쪽 중간이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점은 개선되어 크게 신경쓰이지 않게 바뀌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보인다. 이번에 채용된 대형화면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화면필기입력 기능은 제한된 콘텐츠(漢字源)에서만 가능하다. 이전 콘텐츠에선 메뉴/항목을 선택하거나 본문에서 단어를 찾아 사전을 검색해주는 JUMP기능 정도만 지원한다. 부가 기능의 하나인